25살 - 전과, 법인 회사를 만들다

다행이 농업 관련된 일을 옛날부터 해왔던터라 무사히 농업경제학과로 전과를 할 수 있었다. 전과한 농업경제학과에서도 역시 수업을 열심히 수강하진 않았다. 그래도 이제 반오십이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학교 생활을 이어나갔다. 나이는 많은데 이제 대학교 2학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점점 4남매농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1월달 , 2월달까지는 괜찮았지만,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엄청나게 소셜커머스가 성장하고 네이버 블로그 광고 역시 누구나 하는 행사가 되었다. 그렇다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매년 겨울에만 고구마를 판매하는 4남매농장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들어와줄리 만무했다. 사업에서 성장을 하지 못하면 곧 퇴보였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매년 사업을 한다고 말하며 뛰어다녔는데, 나는 실제적으로 한 것은 없었고 무언가 내가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성장없이 강연을 다녔고, 어디가나 대단하다고 말해주는게 좋았고, 나의 명함에 대표라고 적혀있는 것이 좋았다. 참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좋았는지, 아마 그 시기에 가졌던 마음들인 것 같다. 그렇게 사업이 기울어가면서 나에게도 위기감이 찾아왔다. 나는 극단적으로 대출을 신청하였다. 그 동안 4남매농장에 잡혀있는 매출을 바탕으로 2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그 자본금을 바탕으로 주식회사 파블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파블은 FABL(For A Better Life)의 줄인 말로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준다는 의미를 가진 회사이다. 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2000만원 중 1500만원을 냉동탑차를 구입하는데 사용하였다. 이 사업이 될지 안될지 제대로 파악도 해보지 않고, 나는 정말 바보였다. 그리고 조그마한 사무실을 하나 얻었다. 함께 할 친구를 구했다. 그러자 나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던 친구 한명이 나의 사업 아이템 이야기를 듣더니 다음날 휴학을 하고 찾아왔다. 그렇게 동영이가 팀원으로 함께 시작하였다. 당장 우리가 준비했던 꾸러미 사업은 당장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에겐 돈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지고 있는 냉동탑차를 이용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포항 집에서 가격이 너무 싸 버리게 생겼는 배추를 공수해서 대구의 한 시장에 자리잡고 팔았다. 저렴한 가격에 집까지 배달해준다고 하니 불티나게 팔렸다. 그렇게 동영이는 시장에 서서 배추를 팔고 나는 포항에서 배추를 따서 날랐다. 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그렇게 우리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어떻게든 버텼다.

 

그해 겨울 우리 눈에 들어왔던 것은 대구 전통시장 청년상인 모집이라는 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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