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 청춘정미소와의 1년
돌아보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보면 그때 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청춘정미소의 확장이전도 나에게는 그런 선택이었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내린 선택이 결국에는 최악의 선택이 되어버렸다.
청춘정미소의 확장이전으로 우리는 몇천만원의 자금이 그대로 묶여버리고 말았다. 매장을 옴기면 매출이 금방 늘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지 못했다. 그냥 그 시장의 한계가 있었는데, 나는 그 한계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매장을 다른 곳으로 옴기는 것이 아닌 2호점을 냈어야 했다.
아무튼, 매장을 옴겨서도 우리는 여전히 열심히 일을 했다. 다만 각자의 역할을 분배하지 못했고, 우리는 우직하게 매장만 운영했다. 그때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서 다른 역할을 해나갔다면, 우리는 또 다른 길을 걸어 갔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다 주인이었고, 나 역시도 대표라고 내가 다른 일(회사의 성장을 위한 방향 모색, 전략 등)을 하는 것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나 역시도 함께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나의 역량 부족이었을지 모르겠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동영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성장을 바라는 친구에게 성장을 주지 못하고, 회사를 성장시키지 못했고, 확신 없는 잘못된 선택들이 이어지자, 지쳤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우리 회사의 10년 뒤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 매장이 10개, 20개, 30개 되었을 청춘정미소의 모습이, 내가 바라는 모습일까? 거기서 일하는 우리 회사 사람들은 행복할까? 나의 결론은 아니었다. 그 생각에 이르자, 나 역시도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청춘정미소가 시작되고,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났고, 주식회사 파블이 시작한지 2년만에 우리는 여기까지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매장 한개는 튼튼하게 돌아갔던 곳이라, 금방 다음에 매장을 이어가실 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시기가 나의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로 피부부터 머리카락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 호기롭게 시작했고, 나의 잘못된 선택들로 인해 회사는 마무리되었다. 회사를 마무리하며 매달 무슨 일이 있었는지 2년동안의 일을 그 앉은 자리에서 다 적을 수 있었다.
나는 그만큼 청춘정미소에 몰입했었다.
청춘정미소는 나의 20대의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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