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앱을 다운 받기만 하면, 서울 600여개 제휴점에서 술 1병씩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서비스.
하루 저녁에 1차, 2차, 3차 모두 제휴점에 가면 3병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서비스.

도대체 이 회사는 돈을 어떻게 버는지 궁금한 서비스.
그 혁신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이제 문을 닫는다.

고객들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서비스는,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쓰지 않았고
나의 시간을 무려 사이드로 1년, 퇴사 후 1년, 그리고 금전적으로 5,000이상 까먹어버렸다.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적지 않으면 누군가는 또 우리 같은 실수를 할 것이기에,
이렇게 글을 적는다. (결국 나조차도 창업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내 시간과 돈을 쓰면서 배운 느낌이다...하)

이 혁신적인 서비스의 시작은, 거슬러 2년 전(2020년 8월경)으로 간다. 나와 학생때부터 학생창업가로 알고 지내던 형님 2분은 각자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며 다시 사이드로 진행할 아이디어들을 찾고 있었다.

술집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술에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들이 오갔고, 우리는 술집에서 이런 문제들을 찾을 수 있었다.

"요즘 코로나로 술집들이 장사가 잘 안 된다." "술집들은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마케팅 비용이 비싸고, 마케팅으로 얼마나 유입이 있었는지 측정이 불가능하다." "구석에 있는 술집에 사람들이 잘 안 찾아간다." "사람들이 술 마실 때 어디가야 될지 모른다." "술 한병에 5,000원은 너무 비싸다" 등등

그리고 이것들을 단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꽁술"(이름은 나중에 지었다.)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꽁술에 제휴한업체들은(가맹비 X) 꽁술 고객들에게 술을 제공한다. (마케팅 비용을 후불로 지불한다.) 꽁술 고객들은 멤버십 비용(한달에 4,900원)을 내고 꽁술 제휴점에 방문할 때 마다 술 1병을 공짜로 먹는다.

"미친 이거 진짜 대박인데??"

업체는 고객이 오면 술 1병(원가 1,500원)을 주면 되니깐 후불제 마케팅으로 부담이 없고 고객은 술 1병 값정도인 4,900원의 멤버십 비용만 내면 제휴된 곳에 갈 때 마다 술 1병씩 먹을 수 있고, 우리는 그 멤버십 비용만을 벌면 되니깐 이건 마치 원가가 없는 사업처럼 보였다. 그리고 만약 고객 한 명 유치비용이 4,900원 이하라면 밤새도록 광고를 돌리면 된다...!!

그럼 우린 곧 부자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
이건 정말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하루에도 1차, 2차, 3차 제휴점에 가면 3병이 공짜고 한 달에 10번만 가도 무려... 5만원을 save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나름 사업을 경험했던 사람들이었고, 똑똑하게 사업을 하고자 했다. 그렇게 먼저 위의 아이디어에 대한 시장 검증부터 하였다.

처음 꽁술을 소개하던 렌딩페이지 따로 개발 없이 큐브를 통해 만들었다.

바로 꽁술 소개 페이지부터 만든 것이다. 개발 없이 랜딩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꽁술 서비스 소개 페이지를 만들고, 꽁술 서비스가 곧 오픈을 위해 개발 중이며, 개발이 완료되면 연락드리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고객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고객이 인정하고 실제로 구매할 것인가에 대한 검증이었다. 해당 서비스 소개 페이지에 대해 광고를 조금 돌리자 금방 반응이 왔다. 고객들은 아무것도 없는 서비스를 위해 좋은 아이디어라는 추천글과 함께 본인의 정보를 기꺼이 제공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디어에 대해 확신을 가진 뒤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매장에 대한 영업도 시작하였다. 그렇게 각자 맡은 역할을 가지고, 한 명은 개발, 한 명은 마케팅, 한 명은 영업에 불을 붙였다. 퇴근하면 새로운 일의 시작이었고, 일어나면 일을 하다가 회사 일을 시작했다.(그래도 절대 회사 업무 중에는 하지 않았다.)

초기 모델은 앱이 아닌 웹으로 진행하고자 하였고, 카카오채널을 통해 우리 꽁술 서비스로 접속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2021년 3월에 짠 하고 오픈 하였다. 그렇게 꽁술을 실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연 이 서비스는 바로 대박이 났을까?

서비스를 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 되는 서비스가 어디 있냐고는 하지만, 생각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그 중에서 주된 반응은 제휴된 술집이 너무 적다였다.

처음 오픈 했을 때 우리는 50여개의 술집을 제휴하여 오픈하였는데,멤버십을 가입하려고 해도 본인이 자주 가는 곳에는 제휴점이 하나 밖에 없거나 없어서 가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제휴점이 문제다라며 제휴점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퇴근하면 강남으로, 수유역으로, 건대로 영업을 하러 다녔다. 영업 그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퇴근 후에 이어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고객이 있는 술집에서의 영업은 지금 바쁘다는 이야기로 더더욱 쉽지 않았다.

형님들과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

그러던 중 우리는 매장 오픈을 준비하는 낮 시간에 영업을 가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밤에 가는 것보다 낮 시간에 영업 사원을 뽑아 보내는 것이 더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우리가 저녁에 영업했던 것을 바탕으로, 교육자료를 만들고 알바천국에서 영업사원분들을 모았다. 월급 형태가 아닌, 영업점을 영업할 때 마다 페이를 드리는 형태였고 10분이 넘는 영업 사원분들 모아 서울 각지에서 영업하도록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월급 벌어 주식에 투자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돈을 벌어 꽁술에 투자하였다.

결론적으로는 그 많은 영업사원분들 중 한 분이 남아서, 꽁술 제휴점의 대부분을 영업하셨다. 그렇게 매달 꽁술 제휴점은 100곳 이상씩 늘어났지만, 코로나 단계도 계속 높아져갔다. 오픈한지 3개월이 지난 6월이 되자 더 이상 코로나로 인해 술을 마시기도 어려워졌다. 2명까지, 9시 제한은 술을 먹지 말라는 말과 같았다.

청천벽력같은 카카오 채널 삭제 통보 ㅠㅠ

그렇게 우리 서비스도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7월에는 그 동안 고객들이 활동하던 카카오채널이 갑자기 통보 후 삭제되었다...멘붕이었다. 경쟁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우리 채널을 주류홍보로 신고하였고, 카카오는 우리에게 주류판매업 허가증을 요구하였다. 우리는 중간에서 홍보만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였지만, 카카오에게 그런 이야기는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채널은 삭제되었다.

채널이 삭제된 뒤 더 이상 고객들은 들어올 수가 없게 되었고, 결국에는 앱을 제작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당시 회사에서 새벽배송 작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었기에, 도저히 여유가 되지 못 하였고 10월이 되어서야 회사를 그만두고 꽁술에 몰입할 수 있었다.

처음 출시된 꽁술앱. 지인들에게 깔아보라고 하니 개인정보를 다 털어갈 거 같다고 했다...


그렇게 11월 12월 개발하여 꽁술을 앱으로 출시하였지만, 그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쳤던 형님들은 서비스를 드랍하겠다고 하셨다. 나도 그때 드랍을 했어야 했는데... 결국 나는 스스로 그만두지 못 하였다.

아직 내가 개발적인 것 이외에는 이번 서비스에서 배운 것이 없었다. 무언가 문제(고객이 많이 쓰지 않는다)가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은 앱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아직까지 제대로 고객들에게 평가를 받아보지 못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나는 팀부터 다시 빌딩하였다. 혼자서 6개월을 해 볼 생각이었지만,곧 생각을 바꾸었다. 그 동안 영업해놓았던 제휴점 600여곳은 고객들이 안 간지 6개월이 넘어 다시 재교육이 필요했고, 개발적으로도 마케팅적으로도 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하여 그 동안 모아 놓은 돈을 투자하여 팀을 빌딩하고, 3개월만 챌린지 해보자 결정하였다.

초창기 함께 달려주셨던 팀원분들

하늘도 돕는지 생각보다 초창기 팀 모집은 어렵지 않았다. 영업 하시는 분은 기존에 영업 하셨던 분을 정직원으로 채용하였고(회사가 없었기에,  채용이라는 말은 그렇지만 풀타임으로 급여를 드리고 꽁술 일만 집중 하시도록 하였다.) 3년 ~ 4년차 되신 마케터분도 모셔왔다. (개발에 관심이 있어서 우연찮게 연락이 오셨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총 3명의 팀원이 구성이 되고, 파트타임으로 일 해주실 수 있는 디자이너분도 있으셔서 정말 팀의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마케터분을 공동창업자급으로 모셔왔고, 우리 되든 안 되든 딱 3개월만 해보자라고 했던 약속이 무색하게 채 1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두겠다고 하셨다. 나의 문제였는지 서비스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이제와서 보면 선견지명이었는지 아무튼 그렇게 어렵게 모셔왔던 첫 번째 팀원분이 나가셨다. 그 이후에 오셨던 학교 휴학 중에 잠시 일을 하시던 분도 한 달을 채우고 나가셨고 ( 이 분의 경우 퍼포먼스의 문제가 제일 컸다.)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생각보다 3개월은 길지 않았다.

그 사이 다양한 앱 업데이트와 수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들을 하였다. 제일 큰 시도였으며 그리고 잘못되었던 시도는 바로 제휴점 테이블마다 삼각 배너를 설치한 것이다. 결국 고객이 제휴점을 방문했을 때 바로 앱을 설치하고 효용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제일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추가적으로 업체에서 고객을 모아주면 기존에 SNS마케팅에 사용하던 고객 유치비용을 업체에 드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제휴점에게 삼각배너를 설치하여 고객이 앱을 설치하면 우리가 술 원가 2000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이 제휴점을 방문했을 때 해당 배너를 보고 설치 후 사용, 이게 근처의 꽁술 제휴점에 2차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였다.

파란선은 가입자 수 / 빨간선은 사용자 수 / 노란색은 재사용자 숫자

실제로 해당 배너를 설치 이후에 꽁술 데일리 사용 유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과거에는 꽁술앱을 설치하고도 술집을 방문하는 시기가 길어지면 꽁술을 사용 안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바로 그 효용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기대했던 것처럼 2차 사용(사실 이게 제일 중요했는데)이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고객들이 한 번 이용 후에 다시 앱을 접속하지 않으시거나 앱을 삭제하셨다.

그리고 정말 큰 문제는 바로 업체와의 관계였다. 우리는 업체들이 후불제로 마케팅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였는데, 업체에서는 항상 술값을 지원해준다라는 이상한 인식과, 또 한 편으로는 이미 들어온 고객에게 술을 한 병 줘야 한다면서 불만을 표시하였다.

고객들의 문제야 그렇다치더라도(이건 앱 푸쉬나 앱 내 다양한 장치들로 해결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업체들의 문제는 매우 크리티컬했다. 그리고 업무 시간 중의 상당히 많은 시간을 업체들의 정산과 연락에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인증 숫자가 늘어날수록 돈이 타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게 바로 돈을 쓰고 고객을 얻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 고객도 진짜 고객이 아니라 일시적인 고객이었다.)

분명 맞다고 생각했던 방법이 실제로 해보니 틀린 경우가 많았다. 업체 배너 문제는 시작할 때 업체마다 한 달간 지원을 약속 하였기에 해당 기간을 채우면 바로 끝내기로 다시 결정하였다. (하지만 업체마다 제휴 일자가 달라 이 문제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나를 괴롭게 했다.) 우리는 이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고객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을 지속하였다. 앱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고객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원하는 곳에 제휴점을 늘렸지만 수치는 높아지지 않았다.

600여개 제휴점에 방문할 때 마다 술 1병을 무료로 준다. 이 미친 문장을 듣고 누가 가치를 느끼지 않겠는가? 실제 오프라인 홍보를 나가도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왜 이 앱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자주 가던 곳이 꽁술 제휴점이었다니..."

"이 앱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등

그런 폭발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치는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이었다. 앱을 설치한 인원 중 약 30%의 인원만이 1회 인증을 하였고, 정말 더 큰 문제는 다시 인증을 하는 인원은 4%로 확 떨어졌다.

한 번 사용 후 만족 하였으면 분명 또 사용을 해야하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이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3개월이 지나갔다. 이미 많은 돈과 약속한 시간이 지나갔지만, 나는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풀지 못 하였기에 다시 3개월을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분명 안 되는 사업인거 같은데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풀리지 않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게 꽁술 서비스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연한 계기로 정말 공동창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났고(실제로 동갑), 사이드로 디자이너분도 참여를 해주셨다.

공동창업자 친구를 만났던 날의 우리 두명에게 나온 운세와 후반기를 같이 했던 팀원분들

우리는 짧은 기간 많은 것들을 수정했다. 고객들이 꽁술이 쓰지 않으니 우선 사용성을 개선했다. 앱 내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요소들을 뽑아내어 수정 하였다.

"디자인이 너무 좋지 못한 것 같아. UI/UX를 변경하자" "매장 정보를 보는게 너무 어려운 거 같아. 내용을 좀 바꿔보자." 등등 물론 좋은 액션들이었지만 지속적으로 개발과, 시간과 돈이 들어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 후반전의 Objective를
"술집 갈 때 켜는 앱의 PMF를 찾자"라는
모호한 Objective를 설정해버렸다...

도대체 술집 갈 때 켜는 앱의 PMF를 찾자는 말이 왜 나왔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세웠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꽁술이라는 서비스에 매몰되어,

"분명 누군가는 술집 갈 때 켜는 앱"이라는 카테고리를 먹을 것인데, 우리가 한 번 해보자. 근데 그게 꽁술 하나만으로는 어려우니깐 술집 갈 때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서 이뤄보자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꽁술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술값이 부담이 된다로 잡았고, 꽁술이 이것을 제대로 해결해주고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은 채, 더 다양한 문제들을 뽑아내었다.(물론 이 문제들은 고객이 아닌 우리가 뽑아내었다.)

"좋은 술집을 찾기 어려워요.", "술자리에서 할 게임이 필요해요", "막차 시간을 계속 놓쳐요", "합석 하고 싶어요", "전 술도 안 마셨는데, 항상 술값을 내야해요",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술자리를 가지는 전 과정을 돌아보면 약속잡기 => 술집 선정 => 술자리 => 결제 => 귀가  => 마무리(숙취해소) 이렇게 볼 수 있었고 이 전 과정에서  문제들을 어떻게든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하나 하나 앱 안에서 해결해주면 술집 갈 때 마다 이 앱을 쓰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꽁술 앱에는 다앙한 키워드(분위기 좋은, 화장실이 깔끔한, 가성비, 데이트, 헌팅포차 등등)로 필터하여 술집들을 찾을 수 있는 큐레이션 기능이 추가되었고, 다양한 게임들, 그리고 신규 이벤트들이 하나씩 추가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고객 사용량은 늘지 않았다. "좌절하지마, 우린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거야"라고 다짐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때 우리가 정의한 문제는 "술집 갈 때 켜는 앱의 PMF"였다.

그렇게 매일 매일 무언가를 아침부터 밤까지 하였지만 정말 무엇을 하였는지는 모르겠는 시간들(결국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다양한 일들)이 이어질 때쯤 공동창업자 친구와 함께 한 대표님을 만났다.

대표님과 소주 한 잔을 하면서 이야기하며 꽁술의 비전과 하고 있는 것들을 장황하게 늘어놓던 중 대표님이 이런 질문을 하였다.

"그래서 너희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뭔데? 술집 갈 때 켜는 앱? 그거 말고 진짜 고객의 문제가 뭐야. 그리고 그 문제를 풀면 어떻게 될 수 있는데? 그걸 이룰려고 하면 꼭 꽁술이어야 해? 다른 방법은 없어? 너희 지금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 다시 한발짝 뒤로 나와서 생각해봐"

머리를 한 대 탕 맞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을까? 우린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 꽁술 서비스가 왜 안 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꽁술 서비스가 왜 안되는지 그 이유들을 찾고 그 이유들을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정말 그랬다. 분명 안 쓸 이유가 없는 서비스라고 생각을 버리지 못하니 왜 안 쓰는지 계속 생각하고, 그 원인이라고 의심되는 부분들을 하나씩 개선하고 있었다. 웃기게도 우리가 해결하고 있는 문제는 고객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아이디어의 문제였다. 도대체 왜 아이디어가 안되는지 예상되는 원인을 찾고 수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장은 내가 퇴사 직후에 꽁술에 대해서 적은 글에도 나와 있었다.

"""

나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확실히 정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어. 이건 분명 대박일거야!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 시키는데 집중한다.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개발이 필요하고, 이건 앞으로 이렇게 커질 수 있다 등등... 하지만 사실 "이런 문제"를 잘 정의만 한다면, "이런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을 수 있다.

결국 목적은 문제 해결이 아닌가. "이런 아이디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을 수 있다.

"""

하... 그때 했던 생각은 결국 내가 직접 경험하면서 뼈져리게 느꼈던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잊혀졌던 것일까?

나는 너무 멀리 와있었고,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써버렸다...

이것을 깨닫고 다시 한 번 우리 서비스를 돌아보았다. 일단 꽁술이라는 아이디어는 고객들의 술값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과연 고객들의 술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꽁술 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꽁술은 진짜 고객들의 술값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아니 반대로 코로나로 인해, 술자리가 줄어들었는데 정말 고객들에게 정말 술값이 문제일까?

과거 고객과의 인터뷰에서 "술값 아끼려고 꽁술 제휴점에 갔는데 안주 값이 비싼 곳이라 오히려 돈이 더 나왔다."라는 말이 있었다.  여기 속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 정말 술값을 아껴주려면 단순히 술 한병이 아니라 술 전체 가격을 아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 다시 술값 문제의 해결로 돌아오면, 차라리 꽁술보다는 "인당만원"이라는 이름으로 친구와 만원 한장씩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들만 모아놓았다면 어떨까? 오히려 이게 더 쉽게, 그리고 더 명확하게 술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반대로 꽁술을 테이블당 1병이 아니라, 인당 1병으로 바꾸거나 애초에 술과 관련된 회사들로 광고비를 받아 앱 안에서 술값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꽁술에서 벗어나니 정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였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너무나도 다양하게 있었다.

그리고 그 술값에 대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에 손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왜 꽁술을 사용하지 않는지 정말 수 많은 생각들과 가정을 하고 개선하였지만, 꽁술이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은 이유는 결국 고객의 문제(여기서는 술값)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럼 우리가 길거리에서 보았던 그 고객들의 반응은 도대체 무엇일까?

여기서도 큰 깨달음이 있었는데, 우리가 술값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았던 해결책 "꽁술"에 대해서 우리가 했던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서울 600여개 제휴점에 방문할 때  술 1병이 무료에요."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고객들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가치는 달랐다.

"술 1병 줄테니깐 우리가 소개하는 술집 가보세요."

2가지 문장 모두 제휴점에 가면 술 1병을 받을 수 있다였지만, 우리가 이야기했던 문장은 "안 쓸 이유가 없는 서비스"가 되어버리지만 고객이 느끼는 문장으로 보면 "왜? 술 1병 받으려고 검증되지도 않은 술집을 가라고?"가 되어버렸다. 결국 우리가 길거리에서 수 없이 마주 하였던 매장 홍보 전단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가치는 고객이 평가해야 했는데,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대로, 우리가 느낀대로 전달하고 있었다.(그럼 일시적으로 고객은 우리가 말한 가치를 진짜 가치라 느끼고 반응을 할 것이고 이게 길거리에서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비스는 무료였기에 어느 정도는, 그리고 가끔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총 2,285번의 인증이 일어났다.), 단 해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wow하지 못 하였기에 우리는 J 커브를 그릴 수도,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도 없었다.

우리 꽁술의 최종 지표다

말로만 들었던 스타트업은 문제가 문제다라는 것과 그리고 실제 꽁술을 하기 전에 적어놓았던 문제를 잘 정의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결국 2년이라는 시간과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소진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있은 뒤에, 이제서야 드디어 마음으로서, 이 서비스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또 팀원분들에게 실패했다고 이야기해야하고, 내가 틀렸다고 이야기 해야한다. 이 순간은 정말 매번 너무 힘들고 아픈 순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거기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을 정말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똑똑하게 새로운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또 나아갈 것이다.

또 한 달 뒤가 기대되는 오늘이다.

굿바이 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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